추석에 다녀온 선산, 그리고 골프장
추석이 되어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선산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엔 고조할아버지, 고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들, 그리고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가 묻혀 계십니다. 아버지와 친척들은 매년 명절마다 이곳을 찾지만, 저는 바쁘다는 이유로 종종 빠지곤 했죠. 이번에 방문했더니 주변에 골프장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골프장이 멀리 있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뜨거운 날씨 탓인지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 무덤가에 앉아 골프장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골프와 골프장에 대한 내 생각
사실, 골프와 골프장을 보면서 불만이나 반감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 재미없어 보이는 스포츠를 왜 할까?” 하는 궁금증은 있죠. 어렸을 때부터 저는 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축구, 농구, 야구, 탁구 등 공을 쓰는 운동에는 흥미가 없었어요. 공은 늘 제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고, 덕분에 몸 개그를 자주 펼쳤습니다. 공 다루는 제 서툰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러니 골프도 그저 다른 공놀이와 다르지 않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골프,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일까?
요즘 골프가 인기라던데,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몇 주 전 타이거 우즈가 경기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영상을 봤지만,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도 잘 보이지 않아 금세 영상을 꺼버렸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흥미로운 스포츠일까요? 저로선 공이 어디로 가는지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긴장감이나 흥미를 느끼긴 어렵더라고요.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공을 싫어해서만은 아닙니다. 막대기로 공을 쳐서 가장 적은 타수로 구멍에 넣는다는 개념은 마치 커피 내기하는 직장인들 게임 같기도 하고, 골목에서 놀던 어린 시절 놀이 같기도 하죠. 재미있어 보이긴 하지만 저에겐 별 매력이 없습니다.
골프는 왜 비싸야 할까?
게다가 골프는 꽤나 고가의 스포츠입니다. 골프채와 가방, 골프장 회원권, 이동을 위한 차량 등 준비물만 해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듭니다. 스키와 비슷하게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 골프를 해볼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사실, 저는 해본 적도 없으면서 골프를 다시 하진 않겠다고 확신할 정도입니다. 골프공을 칠 때 나는 ‘탁’ 소리가 중학교 때 선생님께 맞았을 때의 소리와 비슷해서 기분 나쁠 뿐입니다. 저에겐 골프가 멋있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스포츠로 느껴집니다.
스포츠의 묘미는 빠르고 강한 동작과 위험성?
스포츠는 다이나믹하고 빠르며 약간의 위험 요소도 있어야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골프는 그런 면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잔디밭에서 캐디가 건네주는 골프채로 공을 친 후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어떤 긴장감이나 위협이 생길지 잘 모르겠어요. 굳이 위협이라고 한다면 공이 벙커나 호수에 빠지는 정도일까요? 그리 큰 긴장감을 주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골프, 나를 끌어당길 만큼의 매력은 있을까?
골프를 생각할 때마다, 저에겐 얄팍한 느낌이 듭니다. 마치 고가의 얇은 카드 지갑을 뽐내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골프를 한다고 해서 “대단하다”라거나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선망은 생기지 않습니다. 실제로 골프는 종종 구설에 오르기도 하죠. 물론, 골프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좀 더 강렬한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골프가 이랬다면
골프가 좀 더 극한의 운동이라면 어떨까요? 잘 다듬어진 잔디 대신 가시가 덮인 넝쿨을 클럽으로 쳐내며 공을 날려야 한다면 말이죠. 그리고 공을 찾으려면 몇 날 며칠 캠핑을 해야 한다거나, 1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는 사람이 5년에 한 번 나오는 정도라면 정말 흥미롭지 않을까요? 단지 공이 멋대로 날아가는 것만으로 인생의 난제를 설명하기엔 너무 단순한 느낌입니다. 더 깊이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죠. 골프에 고통, 아픔, 그리고 슬픔이 섞이면 골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골프, 조금 더 저렴해진다면?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골프가 지금보다 저렴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필드까지 가는 기름값, 입장료, 캐디 비용, 카트비, 회식비까지 한 번 다녀오면 40만 원 정도 드는데요. 레슨비와 스크린 골프장 이용료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이 든다고 합니다. 여기에 골프채와 의상까지 추가하면 5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지출해야 하니 부담스러운 운동인 건 확실합니다. 일주일에 10만 원 정도 드는 수준이라면 한 번쯤 해볼까 싶지만, 지금은 부담스러워요.